2023.05.09

초보자 만화 강좌18 만화를 완성하지 못할 때의 대처법

안녕하세요, ГФ（게에프）입니다.

지금까지 메디방 페인트에서 만화 그리는 법에 대해 설명드렸지만 최종회인 오늘은 ‘만화를 완성할 수 없다‘는 고민에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만화가 그리고 싶어서 중간까지 그렸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이런 적이 한번쯤은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전에는 그랬어요.

이번에는 만화를 완성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Index

왜 만화를 완성할 수 없을까?

만화를 완성할 수 없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5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① 만화를 그릴 시간이 없다(없어졌다)
②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③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④ 자신이 없다
⑤ 질렸다

하나씩 보도록 할게요.

만화를 그릴 시간이 없다(없어졌다)

만화는 애초 그리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뭐라는 거야, 주간 연재가 있으니까 한 주동안 20페이지 정도 간단하게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분도 계시겠지만 주간 연재는 많은 어시스턴트와 편집자, 만화가 가족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 대부분의 경우는 만화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요즘 만화는 높은 퀄리티의 그림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간단한 그림이고 페이지 수가 적어도 괜찮은게 아니라면 혼자서 주간 연재를 계속한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격주나 월간 연재는 혼자 하는 사람도 많지만 손이 빠르지 않으면 힘듭니다.

평소 학교를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은 집에 돌아와서 그리거나 휴일을 이용해 그리게 되는데, 피곤하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그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 중에도 수면 시간을 줄여 무리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그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는 의식을 가지고 무리하지 않는 스케줄로 그리는 것,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도록 그림 그리는 속도를 높이거나 소재 사용법을 익히는 것 등입니다.

우선은 반년 정도 걸려도 괜찮으니 한 작품을 그려보세요. ‘한 작품을 그리는 데 반년이나 걸리면 프로는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연습이 되기도 하고 계속 그리면 익숙해져 그리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처음엔 32페이지 한 편 그리는데 2~3개월이 걸렸더라도 계속 그리다보면 10번째에는 한 달만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프로의 길도 보입니다. 어쨌든 계속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만화 그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상 생활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학교나 직장에 가기 전에 1시간 정도 그려보거나 게임과 SNS에 쓰는 시간을 줄여보는 등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만화를 그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만화가 잘 팔려서 돈 걱정이 없어진 후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돈이 없어서 생활이 힘들어지면 만화는 커녕 신체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궁지에 몰려 진짜 실력을 발휘하는 만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만화를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고민을 갖고 있을 경우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가 아닌 ‘도중까지는 만들었는데 거기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까지 완성했다면 그 시점의 캐릭터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이 캐릭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행동을 할까, 아까의 행동을 이 캐릭터는 정말로 할까 등이 있습니다. 전개가 막힌 앞 부분이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지 않고 연출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캐릭터의 설정(좋아하는 음식, 버릇, 가정환경, 과거의 인연 등)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순서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생각나지 않는 부분은 일단 건너뛰고 그 이후의 전개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앞부분을 만들어서 그 전개로 가기 위해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생각하기 쉬울 것입니다.

사건이나 트릭 등 조금 다른 요소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생각이나 관점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작품(만화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게임, 소설, 영화 등 포함)을 보는 것은 다른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작품의 무대나 등장하는 아이템, 대사나 설명, 등장인물의 사고방식에서 어떤 힌트나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 사물이나 뉴스에서 나온 내용을 조사하여 생각지도 못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전개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방 청소를 하는 등 몸을 움직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다른 일로 뇌의 긴장을 풀고,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나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애초에 결말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기존의 만화나 영화, 소설 등에서도 결말이 엉망진창인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다면 일단은 괜찮습니다. ‘결말이 깔끔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면 ‘그래서 불만있냐‘고 되받아치면 됩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콘티는 만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그림을 그리지 못해 손이 멈추는 경우입니다. 어려운 포즈, 각도, 배경 등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 막막해지는 경험은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림은 연습하는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고, 애초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못 그려도 괜찮은 소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그 만화는 배경을 적당하게 그려도 괜찮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일단 인물만 그려서 완성해 보세요. 배경은 나중에 그려 넣으면 되는 거죠.

또 직접 그리지 않더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무료 배경 자료를 사용하거나, 의미심장한 톤을 적당히 붙여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로 중에도 배경을 못 그리는 사람은 많아요. 어떻게 잘 얼버무리고 넘어가는지도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은 다 쓰도록 합시다.

자신이 없다

그리는 도중에 ‘이렇게 재미없는 만화는 아무도 안 읽을 거야‘, ‘이 정도 퀄리티로는 상을 받거나 담당 편집자가 붙을 리가 없어‘, ‘시간을 들여서 엉터리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아‘, ‘더 잘할 수 있을 때 하자‘라는 생각에 손이 멈추는 타입입니다.

애초에 무명의 아마추어 만화는 읽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나거나 재미있어도 읽지 않습니다. 심지어 프로의 작품조차도 잘 읽지 않아요. 유명인이 홍보하거나 기업에서 광고를 통해 인기작이라고 홍보해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읽습니다(이후 계속 읽어줄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르고 저공비행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면, 무엇을 위해 만화를 그리는지를 명확히 해보세요.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인지,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인지, ‘신(神) 작가‘로서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고 싶어서인지, 만화를 그리는 자신이 좋아서인지, 만화를 그리는 것이 좋아서인지, 만화가 잘 팔려서 큰돈을 벌고 싶어서인지 등등. 목적은 한 가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남을 즐겁게 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팔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퀄리티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초에 완성하지 않으면 남들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작품인지 나쁜 작품인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한편, 세상에는 수많은 형편없는 작품이 존재합니다. 유명한 작가들도 형편 없는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굳이 나쁜 작품을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엉망인 작품인지 아닌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엉망인데도 SNS에서의 화제성이 높아 운 좋게 평가받는 것도 있습니다(실력이 없으면 그 이후 인기를 유지할 수 없지만, 한 순간이라도 화제성이 높아지면 돈벌이가 되죠). 자신은 엉터리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었던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사실은 재미있지만, 계속 같은 것을 그려서 같은 것을 계속 보고 있기 때문에 그리는 본인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단 재미있든 아니든 읽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작업과 분리해서 완성해 봅시다. 만약 정말 엉망이었다면 다음 작품에서 만회하면 됩니다. 그린 시간은 트레이닝이 되니까 적어도 그 만큼의 이득은 있습니다. 우선 한 작품부터 그려보세요.

질렸다

그리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질린 경우입니다.

만화는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리고 싶지 않은 것, 싫어하는 것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오락으로서는 솔직히 재미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그런 부분도 잘 구분해서 그려야 하지만, 재밌는 부분만 그려서 만화를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만 그려서 만화를 완성하고 싶다면 그런 콘티를 먼저 만들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귀여운 여자아이의 사선 얼굴만 그리고 싶다면, 그것만 나오는 콘티를 만들면 됩니다.

한 페이지에 얼굴만 그린 만화로서는 괜찮고, 한 페이지도 못 그린다면 한 컷만 그려도 괜찮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작업은 기본적으로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겨워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퀄리티를 포기하고 일단 기준을 낮추면 지겨워하는 사람도 만화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의욕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를 파악하고, 그 범위 내에서 완성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1페이지를 다 그리기도 전에 질려버리고, 한 번 질리면 다음 의욕이 생기는 건 반년 후쯤인데, 50페이지 분량의 미친 퀄리티 만화를 완성하고 싶다!‘라고 한다면, 실제로 그 페이스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년 동안 1페이지씩 그리면 50페이지를 다 그리는 데 25년이 걸리지만, 정말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면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작품에 25년씩이나 걸리면 그림도 전개도 낡아지고, 프로가 되기도 힘들고, 작품 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시간을 들일 바에야 차라리 돈을 들여서 잘 그리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꼭 내 힘으로 한 달 안에 그려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지쳐 있을 때가 아니니 피눈물을 흘리면서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